원유 ETN 거래, 롤오버 괴리율 확인 안 하면 위험해요
국제유가가 1배럴당 20달러 선이 무너져 물을 사 먹는 가격보다 더 저렴해지면서 원유 ETN 투자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유가는 다시 오를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지금 관련 채권이나 펀드를 사두면 나중에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역발상 투자를 준비하십니다. 과거에 개인투자자가 해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 석유, 농산물 등 원자재에 투자하기 어려웠으나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ETF와 ETN을 통해 소액으로도 쉽게 투자할 수 있습니다. 투자는 누구나 가능하지만 깊이 있는 투자를 위해 원유 가격의 불안정한 이유와 미래 동향을 살펴보고 롤오버와 괴리율로 발생할 수 있는 원금 중손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 유가 하락 발생 배경
3월 초에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은 감산 동맹을 진행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되려 사우디가 증산하여 원유 가격을 낮추고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을 펼쳤습니다. 러시아도 이에 질세라 즉각 원유 생산량을 늘리며 치킨게임이 시작되었고 코로나 팬데믹 현상으로 원유 수요가 격감하는 중에 값싼 원유마저 흘러들어오자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10달러 선까지 추락하고 미국 원유를 지탱해 온 셰일 가스 기업들은 한계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미국이 전략 비축유 매입으로 유가 회복을 위해 시장에 개입하려는 의지를 보였으나 예산이 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식 철회했습니다. 국가 간의 세력 싸움을 위한 유가 전쟁을 연기하더라도 수요 붕괴를 외교와 협상으로 부담을 나누기에는 늦었기 때문에 유가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 ETN(Exchange Traded Notes)이란 무엇인가?
ETF는 FUND, 즉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만든 후 유가를 추종하도록 설계하였고 ETN은 증권사가 신용을 바탕으로 채권을 발행하여 구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만든 후 유가를 추종하는 ETF의 기초지수 수익률 보장이 어려운 점을 보완하기 위해 ETN이 탄생한 것입니다. 기초수익을 보장하는 만큼 증권사가 파산한다면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에 투자할 증권사의 신용도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이러한 차이점을 제외하면 ETN과 ETF는 공통으로 에너지 기업이 2차전지, 정제 마진 등 유가 이외의 변수 고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진짜 기름, 즉 현물을 기초로 만들어진 가상의 상품인 선물을 거래하기 때문에 만기일이 존재하여 사라져 버리는데 교체 연장 비용으로 만기가 짧은 선물을 팔고 만기가긴 선물을 사들일 때 롤오버(Roll-Over)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번 달(근월물)보다 다음 달 것(원월물 또는 차근월물)이 비싸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 비용을 콘탱고(Contango)라고 하고. 반대로 다음 달 선물이 저렴하면 비용 절감이 발생하여 차익이 생기니깐 환금이 발생하는데 백워데이션(Backwardation)이라고 합니다.
○ 롤오버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 착시현상
각 기관의 거래 수수료를 제외하고 다음 월물 가격은 의미가 없고 롤오버 당시 최초 구입과 만기 정산 시 가격 변화량이 중요합니다. 콘탱고 상황을 가정하여 4월 원유 선물 가격이 20달러라고 할 때, 4월 만기 25달러, 5월 롤오버로 25달러 그대로 가져가되 만기 정산 시 원유 가격이 35달러로 수렴하여 +10달러 상승, 6월 롤오버 시 50달러지만 정산 시 원유 가격이 55달러로 수렴하여 +5달러 상승이라고 하면 원유 가격이 최초 20달러에서 최종 55달러로 35달러의 수익을 본 것 같지만 5월과 6월의 해당 기간 변화량을 합한 +15달러가 중요합니다. 초기 ETN을 1억에 샀다면 [+15/20(4월 원유 가격)]*100=75%가 반영돼서 총 7천5백만 원의 수익이 발생하게 됩니다. 하지만 6월 정산 시 45달러로 수렴하여 –10달러 발생해도 최초 20달러에서 그래도 40달러로 원유가 상승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 변화량이 10(5월 변화량) – 10(6월 변화량) = 0%로 수익은 없습니다.
○ 원금 계좌가 녹는 이유, 괴리율
유가 반등을 기대한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시장가격은 지표 가치 또는 적정가치보다 높은 가격으로 형성되어 높은 괴리율만큼 손해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괴리율이란 아파트 시세로 예로 들자면 정부 정책이나 주변 부대시설, 교통 등으로 집값이 시장에 형성된 가격보다 높게 평가되거나 저평가되어 발생하는 차이를 괴리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원유 선물 ETN이 2,300원인데 3,000원으로 거래되고 있으면 증권사에서 유동성 공급자(LP, Liquidity Provider)를 투입하여 낮추려고 할 것이며, 반대로 유가가 회복하여 관심이 시들해지면 공급이 많아질 테니 매수하여 적정가치를 맞출 것입니다. 현재 증권사마다 유동성 공급 보유량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신주를 발행할 현금조차 부족하여 최하등급으로 신용등급이 강등 예정입니다. 있더라도 발행 절차 시간이 있음으로 바로 투입할 수 없으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꺾여 인버스나 레버리지에 투자하게 되면 매수한 주식을 털어내는 게 힘들어서 경고 없이 개인투자자들이 반응하지 못하도록 유동성 공급을 할 수 있습니다. 시장가격이 높게 형성된 종목의 경우 유가가 상승하더라도 이미 잠재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한국거래소 또한 원유 선물 ETN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장 종료 시 괴리율이 5일 연속 30%를 넘으면 다음 날 거래를 정지하고 있습니다. 괴리율이 0에 가까울수록 원유 시세와 일치하고 있다는 뜻이므로 만약의 경우 하락할 일이 사라지는 겁니다. 만약 만기일까지 갖고 있을 필요 없이 거래 기간 내에 조금이라도 상승했다면 본인의 판단하에 청산이 가능하므로 될 수 있으면 안전하게 투자하는 방향을 선택하시길 바랍니다.